이미지가 5개 있는 웹페이지를 상상해보세요. 그 중 4개에는 대체 텍스트(alt)가 없습니다.

스크린 리더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 이 페이지를 방문하면, 이미지들은 그냥 “이미지” 혹은 파일명으로만 읽힙니다. 어떤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죠.

이건 가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5년 웹사이트 정보접근성 실태조사가 측정한 국내 웹사이트의 현실입니다. 2026년 3월 27일에 공개된 2025년 웹사이트 접근성 실태조사 자료를 함께 보시죠.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사용자 — 대체 텍스트가 없으면 이미지 정보 전체가 차단됩니다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사용자 — 대체 텍스트가 없으면 이미지 정보 전체가 차단됩니다
사진: UnsplashArdalan Hamedani

올해 조사, 달라진 점이 있습니다

2025년 조사부터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KWCAG 2.1 (24개 항목) 에서 KWCAG 2.2 (32개 항목) 으로 개정되면서, 9개 항목이 새로 추가됐습니다.

새롭게 추가된 항목들은 현대적인 웹 인터페이스를 반영합니다.

아래는 KWCAG 2.2 기준의 전체 32개 조사항목과 배점입니다. 신규 표시가 이번에 새로 추가된 9개 항목입니다.

원칙조사항목배점
인식의 용이성1. 적절한 대체 텍스트16
2. 자막 제공4
3. 표의 구성4
4. 콘텐츠 선형 구조3
5. 명확한 지시사항 제공2
6. 색에 무관한 콘텐츠 인식2
7. 자동 재생 금지2
8. 텍스트 콘텐츠 명도 대비6
9. 콘텐츠 간 구분2
인식의 용이성 소계41점
운용의 용이성10. 키보드 사용 보장9
11. 초점 이동과 표시7
12. 조작 가능3
13. 문자 단축키1
14. 응답 시간 조절2
15. 정지 기능 제공2
16. 깜빡임과 번쩍임 사용 제한1
17. 반복 영역 건너뛰기3
18. 제목 제공3
19. 적절한 링크 텍스트2
신규20. 고정된 참조 위치 정보1
신규21. 단일포인터 입력 지원2
신규22. 포인터 입력 취소1
신규23. 레이블과 네임1
신규24. 동작기반 작동1
운용의 용이성 소계39점
이해의 용이성25. 기본 언어 표시2
26. 사용자 요구에 따른 실행2
신규27. 찾기 쉬운 도움 정보2
신규28. 오류 정정3
29. 레이블 제공5
신규30. 접근 가능한 인증2
신규31. 반복 입력 정보2
이해의 용이성 소계18점
견고성32. 마크업 오류 방지2
견고성 소계2점
합계100점

점수 배점 역시 전면 재산정됐습니다. 총점은 100점으로 동일하지만, 항목 수와 배점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2024년 이전 수치와 직접 비교할 때는 이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체크리스트의 점검 — KWCAG 2.2는 기존 24개에서 32개 항목으로 늘어났습니다
체크리스트의 점검 — KWCAG 2.2는 기존 24개에서 32개 항목으로 늘어났습니다
사진: UnsplashPhil Hearing

전체 결과: 70.4점, 3.7점 올랐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2025년 7월부터 12월까지 국내 웹사이트 1,000개를 조사한 결과, 전체 평균 점수는 70.4점으로 전년(2024년) 대비 3.7점 상승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꾸준한 개선세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70점이 어떤 의미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100점 만점에서 29점은 여전히 누군가가 접근하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업종별 성적표

데이터 표
업종2025년2024년변화
금융 및 보험업79.0점70.8점▲ 8.2점
교육서비스업75.2점76.9점▼ 1.7점
정보통신업74.6점69.5점▲ 5.1점
예술/스포츠/여가74.5점73.9점▲ 0.6점
숙박 및 음식점업73.3점62.3점▲ 11.0점
보건업/사회복지68.8점65.7점▲ 3.1점
부동산업67.5점60.5점▲ 7.0점
도매 및 소매업65.9점63.3점▲ 2.6점

7개 업종에서 점수가 상승했습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이 11점이나 올랐고, 금융/보험업도 8점 이상 상승했습니다.

그런데 딱 한 곳, 교육서비스업만 전년 대비 하락했습니다.

교육서비스업: 유일한 하락, 그리고 불편한 질문

교육서비스업의 2025년 점수는 75.2점으로 2024년 76.9점보다 1.7점 낮아졌습니다.

8개 업종 중 유일하게 점수가 내려간 업종입니다. 교육 분야의 웹사이트라면 학습자 모두에게 동등한 접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가 특히 강한 영역입니다. 장애 학생, 고령 학습자, 시각/청각 장애가 있는 성인 학습자 모두가 이용하는 곳이니까요.

교육서비스업에서 가장 낮은 준수율을 보인 항목은 적절한 대체 텍스트(26.0점), 그 다음으로 초점 이동과 표시(53.4점), 반복 영역 건너뛰기(60.9점) 순이었습니다.

디지털 교육이 확대될수록,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학습 환경은 특정 학습자들에게 더 높은 장벽이 됩니다. 점수가 내려간 것이 단순한 통계의 등락이 아닌 이유입니다.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습자 —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누군가는 이 화면 앞에 앉을 수 없습니다
노트북 화면을 통해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습자 —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누군가는 이 화면 앞에 앉을 수 없습니다
사진: Unsplashsofatutor

가장 낮은 항목들: 숫자가 불편합니다

4대 원칙별로 보면, 견고성이 99.9점으로 거의 완벽한 수준입니다. 반면 인식의 용이성은 60.8점으로 가장 낮습니다.

구체적으로 준수율이 낮은 항목들을 살펴보면: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사용자 — 반복 영역 건너뛰기(33.2점), 초점 이동과 표시(44.5점) 등 키보드 관련 항목들이 일제히 낮은 준수율을 보였습니다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사용자 — 반복 영역 건너뛰기(33.2점), 초점 이동과 표시(44.5점) 등 키보드 관련 항목들이 일제히 낮은 준수율을 보였습니다
사진: UnsplashVitaly Gariev

1. 적절한 대체 텍스트: 17.1점

전체 32개 항목 중 압도적으로 꼴찌입니다. 이미지에 alt 속성을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항목인데, 5개 웹사이트 중 4개가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img> 태그 하나에 alt를 추가하는 건 기술적으로 가장 쉬운 접근성 작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왜 이 수치가 이렇게 낮을까요? 아마도 “이미지에 설명이 필요하다"는 인식 자체가 아직 개발 문화에 깊이 자리잡지 못한 탓이 크겠죠.

그리고 현업에서 겪은 바로는 개발자가 열심히 웹사이트를 만들어도 관리자 혹은 운영 담당자들이 작성하는 공지사항 게시글의 문제도 있습니다. 공지사항 작성시 내용을 이미지로 만들어서 그냥 올려버리죠. 대체텍스트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기능을 만들지만, 담당자는 “.” 하나만 작성하거나 숫자 “1” 등 의미없는 텍스트를 적어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html
<!-- ❌ 대체 텍스트 없음 -->
<img src="company-intro.jpg">

<!-- ✅ 적절한 대체 텍스트 제공 -->
<img src="company-intro.jpg" alt="본사 건물 전경 — 서울 강남구 위치">

2. 반복 영역 건너뛰기: 33.2점

Skip navigation이라고도 부르는 이 기능은, 키보드 사용자가 메뉴와 헤더를 매번 처음부터 통과하지 않고 본문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마우스를 사용하면 스크롤 한 번이지만, 키보드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Tab 키를 수십 번 눌러야 본문에 도달하는 경험입니다. 이 기능이 없는 웹사이트가 3곳 중 2곳입니다.

3. 초점 이동과 표시: 44.5점

키보드로 Tab을 누를 때 포커스가 논리적인 순서로 이동하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포커스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화면 밖으로 튀어나가면 키보드 사용자는 현재 위치를 잃어버립니다.

4. 제목 제공: 55.3점 / 키보드 사용 보장: 57.1점

페이지와 콘텐츠 블록에 적절한 제목이 없으면 스크린 리더 사용자는 문서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키보드만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면, 마우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지체장애인은 해당 기능을 아예 이용하지 못합니다.

잘 되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물론 100% 달성한 항목들도 있습니다. 콘텐츠 간 구분, 문자 단축키, 응답 시간 조절, 깜빡임과 번쩍임 사용 제한, 포인터 입력 취소, 동작기반 작동, 접근 가능한 인증, 반복 입력 정보 — 9개 항목이 100점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패턴이 보입니다. 100%를 달성한 항목들은 대부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쉽거나, 특정 콘텐츠 유형이 없으면 자동으로 준수되는 항목들입니다. 깜빡임과 번쩍임을 사용하는 사이트 자체가 드문 것처럼요.

반면 준수율이 낮은 항목들은 콘텐츠를 만들 때마다 신경 써야 하는 것들입니다. 이미지를 추가할 때마다 alt를 작성하고, 새 페이지를 만들 때마다 제목 구조를 확인하는 일. 자동화가 어렵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

이번 실태조사의 법적 근거는 디지털포용법 제11조제19조입니다. 단순한 권장 사항이 아니라, 장애인·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의무입니다.

2025년 기준, 국내 웹사이트 보유 사업체는 약 194,455개로 추정됩니다. 대체 텍스트 준수율 17.1%는 이 중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시각장애인이 이미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숫자가 매년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건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17.1%는 너무 낮고, 그 낮음이 실제 사람들의 경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ADA 이야기

한국만의 문제일까요? 잠깐 태평양 너머를 봐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미국에는 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장애인법) 가 있습니다. 1990년에 제정된 법으로, 장애인이 고용·교통·공공시설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처음에는 물리적 공간이 중심이었지만, 인터넷이 일상이 된 이후 웹사이트도 ADA의 적용을 받는다는 해석이 법원 판례를 통해 굳어졌습니다.

미국 대법원 전경 — ADA는 1990년 제정 이후 웹사이트에도 적용되는 법적 기준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미국 대법원 전경 — ADA는 1990년 제정 이후 웹사이트에도 적용되는 법적 기준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사진: UnsplashTim Mossholder

2024년 3월, 미국 법무부(DOJ)는 마침내 명문화했습니다. 주정부·지방정부 웹사이트는 WCAG 2.1 AA를 준수해야 한다는 규칙을 확정한 것입니다. 오랜 시간 “해석"에 맡겨두었던 것을 드디어 법으로 못 박은 거죠.

그렇다면 법이 더 강한 미국의 상황은 얼마나 나을까요?

웹 접근성 연구 기관 WebAIM이 매년 발표하는 WebAIM Million 보고서는 상위 100만 개 웹사이트의 홈페이지를 자동으로 점검합니다. 2024년 결과를 보면, 전체의 95.9%에서 WCAG 기준 위반이 발견됐습니다. 100개 중 96개가 첫 페이지부터 접근성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많이 발견된 오류 유형 중 하나는 역시 누락된 이미지 대체 텍스트였습니다. 국가도 언어도 다르지만, 가장 기본적인 항목에서 실패하는 패턴은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ADA가 있음에도 미국의 현실이 이렇다는 건, 접근성 문제가 단순히 법 규정의 유무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ADA 웹 접근성 관련 연방 소송이 연간 수천 건씩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소송을 받고 나서야 접근성을 들여다보는 경우도 많고요.

한국의 디지털포용법이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미국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결국 개발·기획·디자인 단계에서 접근성을 기본값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개발자/기획자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

거창한 리팩토링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 — alt 속성 하나 추가하는 것부터,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 — alt 속성 하나 추가하는 것부터,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진: UnsplashZendure Power Station

① 대체 텍스트 점검 브라우저 개발자 도구에서 이미지 alt 속성을 직접 확인하거나, axe, Lighthouse 같은 자동화 도구로 스캔해보세요. alt가 없는 이미지, alt=““인 장식용 이미지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② 키보드로 직접 사용해보기 마우스를 치우고, Tab 키만으로 페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탐색해보세요. 포커스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는지, 논리적인 순서로 이동하는지, 모든 버튼과 링크에 접근이 가능한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③ Skip navigation 추가 페이지 상단에 “본문 바로가기” 링크 하나를 추가하는 건 몇 줄의 HTML과 CSS로 가능합니다.

html
<a href="#main-content" class="skip-link">본문 바로가기</a>

<main id="main-content">
  <!-- 페이지 본문 -->
</main>

④ 제목 구조 정비 H1은 페이지당 하나, H2는 주요 섹션, H3는 하위 섹션. 시각적 크기가 아닌 문서 구조의 논리에 따라 제목 레벨을 결정해야 합니다.

마무리

전체 평균이 70.4점으로 오른 것은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 보고서가 매년 국가승인통계로 공개된다는 것 자체가, 개선의 의지가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체 텍스트 17.1%, 반복 영역 건너뛰기 33.2%라는 수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접근성은 특별한 기능이 아닙니다. 웹이 처음 만들어진 이유, 모든 사람이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가장 가까운 실천입니다.

오늘 작업하는 페이지의 이미지 하나에 alt를 추가하는 것부터, 그게 시작입니다.


참고: 본 포스트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2025 웹사이트 정보접근성 실태조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