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웹접근성, 공공 웹서비스, 그리고 개발자의 책임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고민해온 기록이다.
법과 기술, 기준과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정말 모두를 위해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려 한다.
앞선 글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에 도달했다.
접근성 기준을 충족했음에도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서비스에서 배제되는가?
이 질문에 제도적으로 답하려는 시도가 바로 **「디지털포용법」**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포용법이
-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지
- 기존 법체계와 무엇이 다른지
- 실무 관점에서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를 한 번에 정리해본다.
1. 디지털포용법은 어떤 법인가#
디지털포용법(정식 명칭: 「디지털포용법」)은 단순히 새로운 복지 법률이 아니라, 디지털 전환 정책의 관점을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기본법적 성격을 가진다.
법의 핵심 목적#
디지털포용법 제1조(목적)는 다음과 같다:
“이 법은 디지털포용 증진과 관련 산업의 육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디지털포용법의 목적: 이용 가능성과 산업 육성. (제작: 나노바나나)
즉, 이 법은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한다:
- 디지털포용 증진: 모든 국민이 디지털 기술을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 관련 산업 육성: 디지털포용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
“기술을 발전시키는 법"이 아니라 **“기술을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묻는 법”**이다.
2. 지능정보화 기본법과의 관계 정리#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혼란을 느끼는 지점이 여기다.
“이미 지능정보화 기본법이 있는데, 디지털포용법은 왜 필요한가?”
두 법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역할 분담 관계에 가깝다.
핵심 비교#
| 구분 | 지능정보화 기본법 | 디지털포용법 |
|---|---|---|
| 관점 | 기술·산업 중심 | 사람·이용 중심 |
| 목적 | 국가 경쟁력, 기술 발전 | 이용 격차 해소, 포용성 확보 |
| 정책 대상 | 국가 전반 | 디지털 취약계층 포함 모든 국민 |
| 핵심 질문 | 어떻게 더 똑똑해질 것인가 | 누가 배제되고 있는가 |
| 주요 내용 | AI 기술 개발, 데이터 활용, 산업 육성 | 디지털역량 교육, 접근성 보장, 대체수단 제공 |
| 법적 성격 | 기술 발전의 기반 법 | 이용 권리와 책임의 법 |
왜 별도의 법이 필요했는가?#
과기정통부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지능정보화 기본법은 정보격차 해소 위주의 정책으로 구성되어 있어 디지털포용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기업과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데는 한계가 있음”
즉, 지능정보화 기본법이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를 묻는 법이라면,
디지털포용법은
“그 기술을 누가,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가”
를 묻는다.

두 법의 관점 차이: 기술 발전 vs 이용 보장 (제작: 나노바나나)
3. 디지털포용법이 다루는 ‘디지털포용’의 범위#
디지털포용법에서 말하는 디지털포용은 웹이나 앱 접근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포용의 3가지 축#
① 디지털역량 (제3장)#
-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
- 정보 이해, 판단, 선택 능력
- 교육과 학습을 통한 역량 강화
- 디지털역량센터 지정 및 운영
- 표준화된 교육 교재 개발·보급
👉 단순히 “쓸 수 있다"가 아니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Photo by FLASHCOM INDONESIA / Unsplash
② 이용환경 보장 (제4장)#
- 지능정보서비스 및 제품의 접근성
- 키오스크 등 무인정보단말기의 사용 용이성 의무화
- 디지털 기술 미이용자를 위한 대체 수단 제공
- 디지털포용 영향평가 실시
👉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이용할 수 없는 환경은 포용이 아니다.
③ 기술의 역기능 예방 (제5조)#
- 자동화로 인한 배제
- AI 판단의 불투명성
- 기술 변화로 인한 소외
- 부작용 완화 및 해소
👉 디지털포용은 기술의 역기능까지 고려하는 개념이다.
4. 디지털포용법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가#
법 조문에서 반복되는 표현은 **“모든 국민”**이다. 그러나 정책적 초점은 분명하다.
주요 정책 대상#
전통적 디지털 취약계층:
- 장애인
- 고령자
- 저소득층
- 농어촌 지역 주민
새롭게 주목하는 대상:
- 디지털 미숙련자
- 이주민·외국인
- 인지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
- 상황적 제약을 겪는 이용자
중요한 변화#
이 중 중요한 변화는 ‘장애 여부’가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지털포용법 제2조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디지털취약계층"이란 나이, 성별, 장애 유무, 사회적·경제적 여건 등으로 인하여 지능정보서비스나 지능정보제품의 접근 또는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
즉, 디지털포용법은 “장애가 있는가"가 아니라 **“이용 과정에서 배제되는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5. 실무에서 반드시 봐야 할 포인트#
① 키오스크와 무인정보단말기 (제20조)#
가장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항
디지털포용법은 “접근 가능한 키오스크"가 아니라 **“사용하기 쉬운 키오스크”**를 요구한다.
핵심 변화: 기존에는 **설치·운영자(식당 주인, 카페 주인 등)**에게만 의무를 부과했으나, 이제는 제조사와 임대업체에게도 의무를 부과한다.
실무적 의미:
- 단계 축소
- 명확한 안내
- 실패 후 복구 경로
- 사람 도움으로 전환 가능한 구조
- 대체 수단 제공

사용 용이성을 고려한 키오스크 설계 예시 (제작: 나노바나나)
이는 개발·기획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② 디지털포용 영향평가 (제12조)#
공공기관의 새로운 의무사항
국가기관 등이 다음을 수행할 때:
- 지능정보서비스·제품을 신규로 도입·개발·구축하거나
- 디지털포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계획·사업 시행 시
👉 사전에 디지털포용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함
평가 시 고려사항:
- 전체 이용자의 규모와 특성
- 디지털취약계층의 이용 가능성
- 대체수단 제공 여부
- 역기능 예방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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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디지털 서비스 설계 전반#
웹·앱·AI 서비스 전반에서 다음 질문이 실무적으로 중요해진다:
- 이용자가 길을 잃지 않는가?
- 실패했을 때 다음 행동이 명확한가?
- 자동화된 결과에 설명이 있는가?
- 사람이 개입할 선택지는 있는가?
- 디지털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대체 경로가 있는가?
이제 이런 질문은 “UX 개선 사항"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검토해야 할 요소가 된다.
6. 디지털포용법의 정책 추진체계#
3년 주기 기본계획 (제8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3년마다 디지털포용 기본계획 수립
포함 내용:
- 디지털포용 정책의 기본 방향
- 디지털역량 함양 방안
- 지능정보서비스·제품의 접근성 보장 방안
- 디지털포용 기술 및 산업 육성 방안
매년 시행계획 (제9조)#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기본계획에 따라 매년 시행계획 수립·시행
실태조사 (제11조)#
2년마다 디지털포용 실태조사 실시
7. 개발자와 기획자가 주목해야 할 핵심 조항#
제19조 (지능정보서비스 등의 접근성 보장)#
국가기관 등은 지능정보서비스 및 제품 제공 시:
- 접근성 기준 준수
- 장애인·고령자 등이 원활하게 접근·이용 가능하도록 노력
제20조 (무인정보단말기의 이용 편의 제공)#
제조·임대사업자 의무:
- 사용하기 쉽게 설계·제조
- 이용 편의 제공 의무
설치·운영자 의무:
- 장애인·고령자 등이 이용 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 대체수단 제공 노력
제21조 (지능정보기술 미이용 대체수단 제공)#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은:
- 지능정보기술을 이용하지 않고도 서비스 이용 가능하도록
- 대체 수단 제공 노력
8. 디지털포용 관점 실무 체크리스트#
디지털포용법은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기존에 만들던 기능을 다른 질문으로 다시 보게 만든다.
아래 체크리스트는 **“이 서비스가 정말 모두에게 이용 가능한가?”**를 점검하기 위한 실무 관점의 질문들이다.
👩💻 개발자 체크리스트#
“이 기능은 동작한다"에서 “이 기능은 이해된다"로
1️⃣ 흐름과 상태 전달#
- 현재 사용자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는가?
- 처리 중 / 완료 / 실패 상태가 시각·텍스트로 명확히 구분되는가?
- 화면 전환이나 자동 처리 시 사전·사후 안내가 있는가?
2️⃣ 오류와 실패 대응#
- 오류 메시지가 원인 + 다음 행동을 함께 알려주는가?
- 같은 실수를 반복해도 사용자가 더 불리해지지 않는가?
- 실패 후 되돌릴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하는가?
❌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입력 시간이 초과되었습니다. 다시 시도하거나 임시 저장된 내용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3️⃣ 자동화·AI 기능 구현 시#
- 자동 처리 결과에 대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 가능한가?
- 사용자가 자동 결정을 거부하거나 수정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가?
- AI 판단이 실패했을 때 사람이 개입할 수 있는 경로가 있는가?
4️⃣ 대체 수단과 우회 경로#
- 특정 기능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다른 방법이 존재하는가?
- 모바일·PC·키오스크 등 기기별 사용 차이를 고려했는가?
- 보안·인증 절차에서 과도한 인지 부담을 주고 있지 않은가?
🧭 기획자 체크리스트#
“기능이 있다"에서 “못 쓰는 사람은 누구인가?“로
1️⃣ 사용자 정의 단계#
- 이 기능을 가장 힘들게 사용할 사람은 누구인가?
- 장애 여부가 아니라 이용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고려했는가?
- 고령자·디지털 미숙련자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검토했는가?
2️⃣ 기능 설계 시 질문#
- 이 기능을 처음 쓰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가?
- 설명 없이도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가?
- 한 번의 실수로 이용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는가?
3️⃣ 절차와 단계 설계#
- 불필요하게 복잡한 단계는 없는가?
- 현재 위치와 남은 단계가 항상 인지 가능한가?
- 중간에 나가도 이어서 할 수 있는 구조인가?
4️⃣ 대체 경로와 예외 흐름#
- 이 기능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대체 서비스가 있는가?
- 온라인이 어려운 경우 오프라인·사람 연결 경로가 있는가?
- 긴급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이용은 가능한가?
9. 이 체크리스트의 의미#
이 체크리스트는 “접근성 점검표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웹접근성은 출발선이고, 디지털포용은 도착지다.
접근성 점검을 통과했더라도 이 체크리스트에서 계속 ❌가 나온다면, 그 서비스는 여전히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0. 정리하며 – 디지털포용은 ‘태도의 변화’다#
디지털포용법은 개발자와 기획자에게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태도를 요구한다:
- “사용자가 이해하지 못한 건 사용자 탓인가?”
- “이 실패는 정말 불가피했는가?”
- “이 자동화는 누구를 편하게 하고, 누구를 밀어내는가?”
이 질문을 설계 단계에서 던질 수 있는 조직과 개인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질문은 계속된다#
디지털포용법이 “누가 배제되는가"를 묻는다면, AI 기본법은 “AI가 무엇을 결정하는가"를 묻는다.
두 법은 함께 시행된다. 그리고 함께 읽어야 한다.
다음 글 예고: 〈AI 기본법은 왜 ‘접근성’을 다시 묻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