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히 하던 일 — 제46회 장애인의 날,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으며

> 15년 동안 대학 웹접근성 업무를 해온 경험을 돌아봅니다. 전국 최초 강의실 웹접근성 인증, ModuWeb 오픈소스 공개, 그리고 장애인의 날 교육부장관 표창까지.

**Published:** 2026-04-20 | **Updated:**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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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저는 2010년부터 대학에서 웹접근성 업무를 해왔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날을 특별히 챙겨온 적은 없었습니다. 장애인의 날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행사들을 뉴스로 접하면서도, 제가 하는 일은 모니터 속의 업무로 느껴져서 오프라인 현장 행사는 거리가 느껴졌거든요.

그러다 올해, 그 날에 교육부장관 표창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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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그냥 업무였습니다

2010년 9월, 저는 대구사이버대학교에 입사했습니다. 맡은 업무는 대학 웹서비스의 개발과 운영이었습니다. 웹접근성이라는 단어는 온라인에서 개발 가이드에 있었지만, 처음엔 그냥 '해야 하는 것들 중 하나'였어요.

그 무렵 웹접근성은 "이미지에 alt 텍스트 달기" 수준으로 이해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인증 제도도 있었지만, 많은 기관들이 귀찮고 어려운 업무로 인식하는 분위기로 기억합니다.

2011년,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의 실태조사에서 우리 대학이 국내 사이버대학 중 최고점을 받았습니다. 81.9점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이 일을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솔직히는 — 이 일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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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이 생긴 날

2014년 10월, 대학 웹사이트에 대한 웹접근성 품질인증을 처음 취득했습니다. 드문 일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많은 기관들이 인증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간은 홈페이지가 아니라 **강의실**입니다. 장애 학생이 수업을 듣고, 과제를 제출하고, 교수님과 소통하는 그 공간. 그런데 강의실의 웹접근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인증을 받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웹사이트가 아니었고, 강의실 공간은 단순하지 않기에 더 어렵고 귀찮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 대학이 처음으로 강의실 웹접근성 품질인증을 취득했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강의실 시스템은 외부에서 개발한 솔루션이 포함되기도 해서, 접근성을 개선하려면 개발사와 협의하고, 테스트하고, 다시 수정 요청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특히 동영상 플레이어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게 꼭 필요한 건가요?"라는 질문을 몇 번쯤 받았던 것 같아요.

네, 필요합니다. 장애 학생이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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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가 된 것들

2023년에는 교육부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실태조사에 공동연구자로 참여했습니다. 전국 165개 대학의 정보접근성 수준을 평가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숫자를 정리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일부 대학들은 정말 잘 하고 있었고, 일부는 아직 시작조차 안 된 상태였습니다. 차이는 기술력보다 관심의 문제였습니다. 누군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붙들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

그 경험이 쌓여 우리대학은 ModuWeb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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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duWeb: 나만 쓰지 않기 위해

예산이 충분하고 개발자도 있는 기관은 접근성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기관은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 개선된 것들이 다른 곳에는 닿지 않는다는 사실이요.

그래서 자체 개발한 웹접근성 지원 도구 ModuWeb을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예산과 기술력이 부족한 기관도 접근성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제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이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공개하고 나서 몇몇 기관에서 연락이 왔고, 그게 작은 시작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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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창이 의미하는 것

접근성 업무는 잘 드러나지 않는 일입니다. 잘 된 접근성은 아무도 모릅니다. 장애 학생이 강의실에 불편 없이 접속해서 수업을 들으면, 그냥 수업을 들은 겁니다. 아무도 "오늘 접근성 덕분에 수업 잘 들었어요"라고 하지 않아요. 반대로 안 되면 문의가 오고, 불만이 오고, 민원이 오고.

개발을 오래 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잘 되고 있으면 조용하고, 안 되면 시끄럽다.*

그 조용한 일에 누군가 관심을 가져줬다는 것. 15년을 뒤돌아보면서 그게 제일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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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이룬 일이 아닙니다

표창서에는 제 이름 하나가 적혀 있지만, 이 일은 혼자 이룬 것이 아닙니다.

대구사이버대학교는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생각 아래 세워진 대학입니다. 장애가 있어도, 직장에 다니면서도, 멀리 살아도 —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 그 이념이 웹접근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그 이념이 있는 곳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었습니다.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었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곁에 있었던 동료들. 접근성 개선을 "우선순위 조율"이 아닌 "당연한 방향"으로 받아들여준 팀원들, 인증 과정의 번거로운 작업을 함께 감당해준 분들. 그분들 덕분에 저는 꾸준히 이 일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이 표창은 그분들과 함께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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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은 저에게 이제 조금 다른 의미가 됐습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생겼습니다. 웹접근성 분야에서 기술적인 기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ModuWeb이 더 많은 기관에서 쓰이길 바라고, 더 나아가 접근성을 처음부터 고려한 개발 도구와 컴포넌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있을 WCAG 3.0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개발자들이 "접근성을 나중에 얹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설계에 녹이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고요.

넓게 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이 디지털 세계에서 더 이상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이 아닌 '동등한 사용자'로 인정받는 날을 조금이라도 앞당기고 싶습니다. 기술이 그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 "웹접근성이요? 당연히 해야죠"라는 말이 개발자와 담당자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아직은 그렇지 않으니까, 계속해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