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근성 71%는 접근성이 아니다 — 유럽 카르푸 판결과 EAA 1년

> 유럽접근성법(EAA) 시행 1년, 프랑스 법원이 카르푸에 내린 유럽 최초의 접근성 이행 강제 판결을 분석합니다. RGAA 71% 준수는 왜 부족했는지, 한국 대법원 판결과 비교해봅니다.

**Published:** 2026-07-14 | **Updated:** 202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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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서 71점을 받았다고 상상해보세요.
"잘했다"고 하기엔 아쉽지만, "노력했다"고 하기엔 충분한 점수죠.

프랑스의 대형 유통기업 카르푸(Carrefour)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법정에서 "우리 웹사이트는 프랑스 접근성 표준의 71%를 준수하고 있습니다"라고 항변했으니까요.

법원의 대답은 간결했습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어느 정도 접근 가능해서는 안 된다. 완전히 접근 가능해야 한다."**

2026년 6월 4일, 프랑스 캉(Caen) 법원은 카르푸에 **6개월 안에 웹사이트와 모바일앱을 완전히 접근 가능하게 만들라**고 명령했습니다. 기한을 넘기면 **하루에 500유로씩** 강제금이 쌓입니다. 유럽접근성법(EAA) 체계에서 나온 최초의 이행 강제 판결입니다.

이 판결이 왜 중요한지, 유럽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img src="images/contents/og_bg_thumb.png" alt="저울 위에 놓인 71%와 100% - 접근성 71%는 접근성이 아니라는 카르푸 판결을 상징하는 일러스트" >}}

## 유럽접근성법(EAA), 3분 요약

먼저 배경 지식부터 채우고 가겠습니다. 이 글만 읽어도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요.

**유럽접근성법**(European Accessibility Act, EAA)은 EU 지침 2019/882의 별칭입니다. 2019년에 채택되어 **2025년 6월 28일부터** 회원국 전역에서 시행됐습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 장애인이 제품과 서비스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적용 범위가 꽤 넓습니다. 웹사이트만이 아니라 서비스와 제품 전반을 다룹니다.

- **전자상거래** (온라인 쇼핑몰 전반)
- **은행·금융 서비스**
- **교통·공연 티켓 발권** (온라인 및 키오스크)
- **통신 서비스**
- **전자책과 전용 뷰어**
-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술 기준으로는 유럽 조화 표준인 **EN 301 549**를 사용하는데, 웹 콘텐츠에 대해서는 사실상 **WCAG 2.1 AA**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몇 가지 중요한 예외와 유예도 있습니다.

- **영세기업 예외**: 직원 10인 미만이면서 연매출 200만 유로 미만인 서비스 사업자는 의무에서 제외됩니다.
- **기존 서비스 유예**: 2025년 6월 28일 이전부터 제공되던 일부 서비스·제품은 **2030년 6월 28일까지** 전환 기간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EAA가 **역외 기업에도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EU에 본사가 없어도, EU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대상이 됩니다. 한국 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죠.

## 카르푸에 무슨 일이 있었나

이번 판결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약 1년에 걸친 타임라인이 있습니다.

{{< img src="images/contents/eaa-timeline.png" alt="2025년 6월 EAA 시행부터 2026년 12월 이행 기한까지의 타임라인 인포그래픽 - 최고장, 가처분 신청, 판결로 이어지는 1년의 기록" >}}

**2025년 7월 7일**, EAA 시행 열흘 만에 프랑스의 장애인 단체들이 움직였습니다. 시각장애인 지원 단체 **apiDV**('시각장애인과 동행하고, 지지하고, 통합한다'는 뜻의 머리글자)와 장애 인권 단체 **Droit Pluriel**(드루아 플뤼리엘, '다원적 권리')이 공익 소송 단체 **Intérêt à Agir**(앵테레 아 아지르)의 지원을 받아, 4개 대형 유통기업 — **오샹(Auchan), 카르푸(Carrefour), 르클레르(E.Leclerc), 피카르(Picard)** — 에 접근성 준수를 요구하는 최고장을 보냈습니다.

참고로 Intérêt à Agir는 프랑스 소송법 용어로 **'소의 이익'**, 그러니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뜻합니다. 단체 이름부터가 "우리는 소송할 자격이 있다"인 셈이죠. 작명부터 진심이었습니다.

**2025년 9월 1일**까지 시정하라는 요구에 대한 응답이 불충분하자, **2025년 11월** 긴급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결과는 갈렸습니다. **2026년 5월** 오샹 건에서 법원은 미준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긴급 구제는 기각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4일**, 캉 법원(Tribunal judiciaire de Caen)은 카르푸에 대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판결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항목 | 내용 |
|------|------|
| 대상 | carrefour.fr 웹사이트 **및 모바일앱** |
| 명령 | 6개월 내 완전한 접근성 확보 |
| 강제 수단 | 기한 초과 시 **일일 500유로** 강제금(astreinte) |
| 손해배상 | 인정하지 않음 |
| 법적 근거 | 프랑스 소비자법 L.412-13조 (EAA의 국내법 전환 조항) |

손해배상 없이 **"고쳐라"에 집중한 판결**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벌을 주는 게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목적인 거죠.

## "71% 준수"가 법정에서 통하지 않은 이유

카르푸의 항변은 사실 꽤 성실한 편이었습니다.

- 프랑스 접근성 표준 **RGAA 기준 71% 준수** 달성
- 이전 연도 대비 꾸준한 개선 실적
- 시각장애인 테스터가 참여하는 내부 접근성 검증 조직 운영
- 2026년 말까지 100% 준수 달성 계획 보유

RGAA(Référentiel Général d'Amélioration de l'Accessibilité, '접근성 개선을 위한 일반 기준')는 WCAG 2.1 AA를 기반으로 한 프랑스의 국가 접근성 평가 기준입니다. 그 기준으로 71%면, 솔직히 국내외 많은 사이트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모든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결론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이 한 문장입니다.

> **접근성은 수단 의무(obligation de moyens)가 아니라 결과 의무(obligation de résultat)다.**

{{< img src="images/contents/means-vs-result.png" alt="수단 의무와 결과 의무를 대비한 다이어그램 - 노력의 증명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는 결과가 기준이라는 판결 논리" >}}

법률 용어라 낯설 수 있는데,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 **수단 의무**: 목표 달성을 위해 성실히 노력했다면 의무를 다한 것 (예: 의사의 진료)
- **결과 의무**: 노력과 무관하게 약속된 결과가 나와야 의무를 다한 것 (예: 택배의 배송)

법원은 접근성을 후자로 봤습니다. "열심히 개선하고 있어요"는 답이 아니고, **"지금 장애인이 이 사이트에서 장을 볼 수 있는가"** 만이 답이라는 겁니다.

"계획은 있었어요"가 통하지 않는 세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요? 네, 방학숙제 검사 날의 그 기분입니다. 개발자에게는 "로컬에서는 됐는데요"가 배포 장애 앞에서 힘을 잃는 순간과도 닮았고요.

이 판결이 세운 기록도 정리해두겠습니다.

1. **EAA 체계에서 유통기업에 시정을 명령한 최초의 판결**
2. **모바일앱을 명시적으로 판결 대상에 포함한 최초의 사례**
3. 부분 준수(71%)를 **미준수로 판단**한 명확한 선례

특히 두 번째가 실무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동안 접근성 논의가 웹 중심이었다면, 이제 **앱도 같은 저울에 올라간다**는 게 판례로 확인된 셈이니까요.

## 유럽 전체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카르푸 판결은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사실 유럽 곳곳에서 비슷한 흐름이 진행 중입니다. EAA 시행 1년, 각국의 집행 현황을 보면 이렇습니다.

- **독일**: EAA 전환법(BFSG) 시행 직후부터 로펌들이 경쟁법을 근거로 경고장(Abmahnung)을 발송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제기관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이 먼저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 **스웨덴**: 우정통신청(PTS)이 2025년 10월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을 상대로 첫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접수된 공식 민원만 124건입니다.
- **네덜란드**: 소비자시장청(ACM)이 EU 밖 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전자상거래 사업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2026년 하반기 공식 집행이 예상됩니다.

과태료 상한도 나라마다 만만치 않게 설계돼 있습니다.

| 국가 | 제재 수준 |
|------|-----------|
| 독일 | 위반당 최대 10만 유로 |
| 스페인 | 최대 100만 유로 |
| 이탈리아 | 최대 100만 유로 |
| 네덜란드 | 최대 90만 유로 또는 연매출의 10% |
| 아일랜드 | 최대 6만 유로 + 형사책임(최대 6개월) 가능 |

한편 대서양 건너 미국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2026년 4월, 미 법무부(DOJ)는 공공기관의 웹 접근성 의무(ADA Title II) 이행 기한을 연장했습니다. 장애인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죠. 유럽이 액셀을 밟는 동안 미국은 브레이크에 발을 올린 모양새입니다.

##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요?

"프랑스 마트 이야기가 나랑 무슨 상관이지?" 싶으실 수 있습니다. 불구경하기엔 불씨가 생각보다 가깝습니다.

공교롭게도 카르푸 판결 두 달 전인 **2026년 4월**, 한국 대법원에서도 놀랍도록 닮은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지마켓·이마트(SSG닷컴)·롯데쇼핑을 상대로 **10년 가까이** 이어온 소송에서요.

- 온라인 쇼핑몰이 상품 이미지에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간접차별**
- 개별 판매자가 등록한 상품 정보라도 **플랫폼 사업자가 접근성 보장 의무**를 짐
-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화면 낭독기로 쇼핑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라

프랑스도 6개월, 한국도 6개월. 두 나라 법원이 같은 숙제를 같은 기한으로 내준 셈입니다.

다만 차이도 뚜렷합니다. 한국 대법원은 위자료(1인당 10만 원) 지급 부분을 기각해 **배상 없이 시정 명령만** 남겼고, 프랑스처럼 일일 강제금 같은 이행 압박 장치도 붙지 않았습니다. 원고들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까지 낸 이유입니다. 시정을 명령하는 데까지는 왔지만, **"안 지키면 어떻게 되는데?"** 에 대한 답은 아직 한국이 더 약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국내 웹의 현주소를 보면, 시정할 것이 많습니다. 2025년 웹사이트 정보접근성 실태조사에서 국내 웹사이트의 대체 텍스트 준수율은 **17.1%** 에 그쳤거든요. 이 조사 결과는 [이전 포스트]({{< relref "/posts/2025-web-accessibility-survey" >}})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 개발자인 우리가 챙길 것

판결문을 덮고 나면, 실무자에게 남는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뭘 해야 하지?"

**① "부분 준수"를 목표로 잡지 않기**

이번 판결의 교훈은 71%가 낮아서가 아니라, **접근성이 퍼센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스크린 리더 사용자가 장바구니까지 갔는데 결제 버튼을 못 누른다면, 나머지 99%가 완벽해도 그 사용자에게 이 서비스는 0%입니다. 준수율은 관리 지표일 뿐, 사용자의 경험은 여정 단위로 평가해야 합니다.

**② 핵심 사용자 여정부터 끝까지 통과시키기**

전체 페이지를 한 번에 100%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검색 → 상품 확인 → 장바구니 → 결제" 같은 핵심 여정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조기술로 완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시작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본 것도 결국 "장을 볼 수 있는가"였습니다.

**③ 앱도 웹과 같은 기준으로**

모바일앱이 판결 대상에 명시된 이상, "앱은 나중에"라는 우선순위 설정은 위험해졌습니다. 접근성 검증 프로세스에 앱이 포함되어 있는지 점검해보세요.

**④ 개선 중이라는 기록보다, 막히는 지점의 제거**

카르푸는 개선 실적과 계획을 성실히 증명했지만 결과 의무 앞에서는 소용없었습니다. 로드맵 문서보다 실제 차단 지점(blocker) 하나를 없애는 것이 법적으로도, 사용자에게도 더 가치 있습니다.

## 마무리

유럽접근성법 시행 1년의 결산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접근성이 "권고"에서 "채무"로 바뀌었다.**

노력을 증명하는 시대에서, 결과를 검증받는 시대로요. 그리고 한국의 대법원 판결이 보여주듯 이 흐름은 유럽만의 것이 아닙니다.

71%라는 숫자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개발팀 입장에서는 "많이 왔다"는 숫자지만, 스크린 리더 앞에 앉은 사용자에게는 "10번 중 3번은 벽에 부딪힌다"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법원은 후자의 자리에서 판결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는 어느 자리에서 평가받게 될까요. 판결문이 아니라 사용자의 완주로 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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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자료

- <a href="https://www.barrierbreak.com/eaa-carrefour-penalty-france/" target="_blank" title="새 창에서 열림">EAA Digital Accessibility Compliance: What the Carrefour Ruling Teaches Every Business (BarrierBreak)</a>
- <a href="https://auditsu.com/resources/eaa-carrefour-ruling" target="_blank" title="새 창에서 열림">The Carrefour Ruling: A Court Orders Full App Accessibility (Auditsu)</a>
- <a href="https://li.solutions/blog/eaa-enforcement-2026/" target="_blank" title="새 창에서 열림">European Accessibility Act: First Court Ruling (LI Solutions)</a>
- <a href="https://www.levelaccess.com/blog/eaa-compliance-in-2026-how-enforcement-has-evolved-and-what-to-expect-next/" target="_blank" title="새 창에서 열림">EAA Compliance in 2026: How Enforcement Has Evolved (Level Access)</a>
- <a href="https://www.lflegal.com/lf-country/european-accessibility-act-eaa-enforcement-and-implementation/" target="_blank" title="새 창에서 열림">European Accessibility Act (EAA) Enforcement and Implementation (Law Office of Lainey Feingold)</a>
- <a href="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410000636" target="_blank" title="새 창에서 열림">대법 "온라인 쇼핑몰, 시각장애인용 사진 설명자료 제공해야" (뉴스핌)</a>
- <a href="https://www.insidehighered.com/news/government/colleges-localities/2026/04/21/doj-extends-web-accessibility-deadline" target="_blank" title="새 창에서 열림">DOJ Extends Web Accessibility Deadline (Inside Higher E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