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열두 시가 다 됐습니다. 거실 책장 위에서는 모니터도 키보드도 없는 Mac mini 한 대가 조용히 돌아가고 있어요. 5분마다 바깥 감시 서비스에 "아직 살아 있습니다"라는 신호를 보내는 중입니다.
내일(10월 31일) 오전 10시, 카카오임팩트가 여는 AI TOP 100 온라인 예선이 시작됩니다. 잠들기 전에 지금 마음을 적어 두려고 해요. 결과가 나온 뒤에 쓰는 후기는 아무래도 결과에 맞춰 다시 쓰이기 마련이라서요.

사진: Unsplash의 Avtar Singh
카카오 AI TOP 100은 어떤 대회인가요#
AI TOP 100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겨루는 대회입니다. 지난 대회는 2025년 11월과 2026년 4월(CAMPUS)에 열렸고, 이번이 그다음 대회예요. 공개된 규칙은 이렇습니다.
- 개인전입니다. 만 14세 이상이면 직업이나 전공과 상관없이 누구나 나갈 수 있어요.
- 예선은 온라인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다섯 시간입니다.
- AI 도구 제한이 없습니다. 쓸 수 있는 건 다 써도 됩니다.
- 공용 네트워크에서는 참가할 수 없고, 혼자 참가한다는 걸 보여 주는 환경 인증 사진을 내야 합니다.
방식은 이번에 크게 바뀌었습니다. 지난 대회가 주어진 문제를 AI 도구로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시험이었다면, 이번엔 참가자가 AX 전문가가 됩니다. AX는 AI 전환(AI Transformation), 그러니까 일하는 방식을 AI로 바꾸는 일을 말해요. 가상의 인물들과 인터뷰하며 문제를 직접 찾아내고, 그 단서를 모아 AI 에이전트를 만들어 제출합니다. AI 에이전트는 묻는 말에 답만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면 다른 시스템을 불러 일을 처리하는 AI 프로그램이에요. 심사는 그 에이전트가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일하는지를 봅니다.
문제는 당일에 공개되니 이 글에는 문제 이야기가 없습니다.

평가석에서 참가석으로: 작년엔 NIA 공모전 평가단이었습니다#
작년 12월, 저는 반대편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가 주최한 AI 에이전트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국민평가단으로 참가팀의 발표를 듣고 질문을 던졌거든요. 오해가 없도록 먼저 말씀드리면, 카카오 AI TOP 100과는 주최도 성격도 다른 공모전이고, 저는 AI TOP 100의 평가에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그때 던진 질문은 AI 대국민 서비스 평가 현장에서 던진 접근성 질문들에 적어 두었습니다. 크게 세 가지였어요.
- 이 서비스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작동하는가
- 서비스에 장애가 나면 사용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장애가 있는 사용자와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공교롭게도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의 '장애'는 뜻이 다릅니다. 하나는 서비스가 멈추는 장애, 다른 하나는 사람이 살아가며 겪는 장애예요. 그런데 둘 다 결국 "그 순간 사용자는 어떻게 되는가"를 묻는다는 점에서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다음에는 참가자로 이런 공모전에 나가 봐도 좋겠다고 적었습니다. 같은 대회는 아니지만, 1년이 채 안 돼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평가받는 자리에 서게 됐어요. 막상 이쪽에 서 보니 그 질문들이 그대로 저에게 돌아옵니다. 남의 발표를 들을 때는 쉽게 물었는데, 제가 답할 차례가 되니 하나도 쉽지 않더라고요.
AI 대회 준비의 절반은 전기와 Wi-Fi였습니다#
에이전트는 제출하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심사 기간 동안 에이전트가 계속 응답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이번 준비는 프롬프트를 다듬는 일보다 꺼지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시간이 더 들었습니다.
Mac mini를 책장 위에 올려 두고, 거실의 노트북에서 화면 공유로 붙어 작업하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였어요.

사진: Unsplash의 Clint Patterson
리허설을 하던 10월 29일에는 Mac mini의 전원선이 실수로 뽑혔습니다. 정전은 아니었지만 맥 입장에서는 똑같이 전기가 끊긴 일이죠. 다시 꽂으면서 맥이 잠금 화면에서 멈춰 있으면 어쩌나 가슴을 졸였는데, 그날은 무사히 넘어갔어요. 왜 무사했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모르는 채로 넘어간 건 다시 일어난다는 게 개발자의 오랜 경험이라, 비상시 원격으로 잠금을 푸는 방법까지 적어 두었습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에이전트 연결이 1분 51초 동안 말없이 끊겼습니다. 범인은 코드가 아니라 macOS의 '개인 Wi-Fi 주소' 설정이었어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기기의 네트워크 주소를 주기적으로 바꾸는 기능인데, 이게 '순환'으로 되어 있으면 주소를 바꾸는 순간 Wi-Fi에 다시 붙으면서 연결이 잠깐 끊깁니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고정'으로 두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바깥 감시를 걸었습니다. Mac mini가 5분마다 외부 감시 서비스(healthchecks.io)에 신호를 보내고, 신호가 15분 가까이 끊기면 제 휴대폰으로 메일이 옵니다. 전원이 빠졌든 인터넷이 끊겼든 맥이 멈췄든, 원인은 몰라도 "멈췄다"는 사실은 바로 알 수 있어요.
AI 대회를 준비한다길래 프롬프트를 갈고닦는 밤을 상상했는데, 실제로 제일 오래 들여다본 화면은 시스템 설정과 공유기 관리 페이지였습니다. 개발자의 밤이 대체로 그렇죠.
그러고 보니 작년의 두 번째 질문을 남이 아니라 제 서비스에 먼저 던진 셈입니다. "장애가 나면 사용자는 어떻게 되는가." 답은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적어도 멈췄을 때 모르고 지나가지는 않게 해 두었습니다.
접근성 개발자로서 내일 지키려는 것들#
여기서부터가 오늘 밤 꼭 적어 두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내일 어떤 문제가 나오든, 어떤 에이전트를 만들든 이것만은 지키겠습니다.
눈으로 읽어도, 귀로 들어도 이해되는 답#
에이전트가 사람을 만나는 곳은 카카오톡입니다. 카톡에서 긴 메시지는 '전체보기'로 접혀서,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야 나머지가 보여요. 정말 중요한 말이 접힌 쪽에 들어가 버릴 수 있습니다.

사진: Unsplash의 Priscilla Du Preez
화면을 보지 않고 스크린 리더로 카톡을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스크린 리더는 화면의 글자를 소리로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답 끝마다 붙은 이모지는 "웃는 얼굴" 같은 이름으로 하나하나 읽히고, 글자로 줄을 맞춰 만든 표는 어느 값이 어느 칸인지 알 수 없게 이어서 들립니다. AI가 습관처럼 붙이는 마크다운 별표(**굵게**)는 카톡이 서식으로 바꿔 주지 않아서 별표 그대로 보이고요.
그래서 내일 만들 에이전트는 짧게, 쉬운 말로, 꼭 필요한 것부터 말하게 하겠습니다. 보기 좋은 답보다 들어도 이해되는 답이 먼저예요.
AI가 만든 결과는 사람이 확인하고 내보낸다#
AI 도구 제한이 없는 대회입니다. 저도 쓸 수 있는 건 다 쓸 거예요. 그런데 주최 측은 지난 대회 문제를 "사람이 반드시 결과를 검수하고 판단해야" 풀 수 있게 설계했다고 소개합니다. AI의 강점과 한계를 알고 쓰는지를 본다는 뜻이죠.
이 블로그에서 늘 해 온 일도 같았습니다. AI가 만든 코드의 접근성을 모델별로 직접 재 보고 숫자로 확인하는 일이요. 내일도 에이전트가 내놓는 답을 그대로 믿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에는 제 눈으로 확인하고 내보내겠습니다.
모를 때는 모른다고, 막힐 때는 갈 곳을 알려 주는 에이전트#
작년 세 번째 질문은 소통이었습니다.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문제가 생겼을 때 물어볼 곳이 없으면 사용자는 거기서 멈춘다는 이야기였죠.
에이전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모르는 걸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대신 모른다고 말하고, 자기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누구에게 가면 되는지 알려 주는 쪽이 사람에게 훨씬 친절합니다. 답을 꾸며 내는 에이전트는 한 번 틀리면 다시 믿음을 얻기 어렵거든요.
결과보다 먼저 확인하고 싶은 것#
결과는 11월 4일에 나옵니다. 솔직히 떨립니다. 다섯 시간은 생각보다 짧을 거고, 처음 보는 문제 앞에서 계획한 대로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하나는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내일 만든 에이전트가 작년의 제 질문들을 통과하는지는 심사 결과와 상관없이 제가 먼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작동하는지, 멈췄을 때 사용자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화면을 보지 않는 사람에게도 말이 통하는지.
심사가 끝나면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되는지 확인해서 후기를 남기겠습니다. 작년엔 질문을 던지는 자리였고, 내일은 그 질문에 답하는 자리입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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