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웹접근성, 공공 웹서비스, 그리고 개발자의 책임에 대해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고민해온 기록이다.

법과 기술, 기준과 현실 사이에서 “우리는 정말 모두를 위해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보려 한다.

오늘날의 설날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오늘날의 설날은 과연 모두에게 평등한 정보를 제공하는가?
제작: 나노바나나

설 연휴를 앞두고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찾기위해 웹서핑을 한다. 이런저런 정보를 찾기위해 웹사이트를 방문하다보면 제일먼저 접하는 것이 자동배너 혹은 카드뉴스들 이다. 설 연휴를 맞아서 응급정보같은 중요한 정부 공지들이 보인다.

그런데,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스크린 리더는 이 카드뉴스를 이렇게 읽습니다. “이미지.” 그게 전부다. 응급실 위치도, 진료 시간도, 당번 약국 정보도 — 전부 이미지 안에만 있고, HTML에는 텍스트가 없다. 대체 텍스트도 없다. 이 정보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올해 설을 앞두고 정부 웹사이트 몇 곳을 스크린 리더로 훑어봤다. 올해는 특히 궁금했다. 디지털포용법이 시행된 첫 번째 설 연휴였으니까. 국가가 “디지털 포용"을 법으로 약속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정작 국가기관은 그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1. 디지털포용법, 시행 한 달

이 시리즈의 이전 글에서 디지털포용법의 배경과 핵심 내용을 정리한 바 있다.

핵심만 되짚으면, 이 법은 2025년 1월 21일에 제정되어 2026년 1월 22일에 시행되었다. 공공 및 민간 서비스의 접근성·사용성 기준을 강화하고, 디지털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국가책임을 명문화한 법이다.

법이 시행된 지 24일. 나는 설 연휴와 관련된 공지를 올리고 있는 두 곳 — 청와대보건복지부 — 을 비교해봤다.


2. 청와대, 어디서부터 문제인가

제어하기 힘든 메인 배너

청와대 웹사이트(president.go.kr)에 접속하면 첫 화면에 자동으로 넘어가는 슬라이드 배너가 나온다. 문제는 바로 느껴졌다. 컨트롤 하는 버튼의 크기부터 너무 작다.

청와대 웹사이트 메인 슬라이드 배너 - 자동 재생되는 뉴스 배너의 버튼 크기가 너무 작다.
청와대 웹사이트 메인 슬라이드 배너 - 자동 재생되는 뉴스 배너의 버튼 크기가 너무 작다.
청와대 웹사이트 메인 배너 (2026년 2월 기준)

카드뉴스: 설 연휴 의료기관 운영 안내

글 서두에서 이야기한 바로 그 페이지다. 청와대는 설 연휴 관련 정보를 카드뉴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 카드뉴스 페이지 - 설 연휴 의료기관 운영 안내가 이미지로만 제공되고 있다
청와대 카드뉴스 페이지 - 설 연휴 의료기관 운영 안내가 이미지로만 제공되고 있다
청와대 카드뉴스: 설 연휴 의료기관 운영 안내

설 연휴 운영하는 병의원 확인방법, 증상에 따른 대처 방법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가 전부 이미지 안에만 존재한다. HTML 본문에는 텍스트가 없고, 이미지는 배경이미지로 제공하고 있다. 이미지와 함께 텍스트를 제공하고 있지만, 문구와 다르게 과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상세 안내 페이지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어디서 정보를 습득해야할지 속상한 마음만 느껴진다.

설 연휴에 아파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시각장애인은, 이 정보에 접근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물론 우리 모두가 알고있는 119에 전화를 하거나, 기존에 몸에 채득되어진 정보나 경험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은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KWCAG 2.2 성공 기준 1.1.1 적절한 대체 텍스트: “텍스트 아닌 콘텐츠에는 그 의미나 용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

카드뉴스: 2026 설 민생안정대책

청와대 카드뉴스 페이지 - 2026 설 민생안정대책이 이미지로만 전달되고 있다
청와대 카드뉴스 페이지 - 2026 설 민생안정대책이 이미지로만 전달되고 있다
청와대 카드뉴스: 2026 설 민생안정대책

민생안정대책 카드뉴스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청와대 카드뉴스 페이지 - 2026 설 민생안정대책 상세 페이지. 자세히 보기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 카드뉴스 페이지 - 2026 설 민생안정대책 상세 페이지. 자세히 보기 페이지를 제공하고 있다.
청와대 카드뉴스: 2026 설 민생안정대책

이 뉴스의 상세보기 페이지 하단에 “자세히 보기” 링크가 있어 외부 페이지로 연결되는데, 외부 사이트로의 리다이렉트가 명확히 안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본 페이지에서 직접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다.

외부 사이트나 첨부파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본문에서 핵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라"는 것은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


3. 보건복지부는 달랐다

같은 정부 기관인데, 다르게 접근하는 곳이 있었다.

메인 배너

보건복지부 웹사이트의 메인 배너에서도 설 연휴 관련 안내를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메인 배너 - 설 연휴 문 여는 병원·약국 안내 배너와 함께 정지/시작 버튼이 제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메인 배너 - 설 연휴 문 여는 병원·약국 안내 배너와 함께 정지/시작 버튼이 제공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메인 배너: 설 연휴 안내와 슬라이더 제어 버튼 (2026년 2월 기준)

청와대와 비교하면 차이가 바로 보인다.

항목보건복지부청와대
배너 일시정지✅ 정지/시작 버튼 제공△ 작은 버튼
스킵 네비게이션✅ 본문·주메뉴 바로가기△ 기본 구조만
정보 텍스트 병행✅ 텍스트로도 제공❌ 불충분한 정보제공

응급의료포털 — 설 연휴 병원·약국 검색

보건복지부는 설 연휴 문 여는 병원·약국 정보를 응급의료포털을 통해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응급의료포털 설 연휴 문 여는 병의원·약국 검색 페이지 - 지역 선택과 텍스트 기반 검색을 제공한다
응급의료포털 설 연휴 문 여는 병의원·약국 검색 페이지 - 지역 선택과 텍스트 기반 검색을 제공한다
응급의료포털: 설 연휴 병의원·약국 검색

시도·구군 선택으로 텍스트 기반 검색이 가능하고, 지도와 목록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여 제공한다. 검색 결과가 텍스트로 나오기 때문에 스크린 리더로도 접근할 수 있다.

완벽하진 않다. 폼 요소의 label 연결이나 ARIA 속성에는 개선할 부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정보를 텍스트로 제공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와는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4. 같은 정부, 다른 인식

두 기관의 설 연휴 정보 접근성을 정리하면 이렇다.

평가 항목청와대보건복지부
슬라이더 일시정지
이미지 대체 텍스트
정보의 텍스트 제공
스킵 네비게이션

청와대는 정보를 이미지로만 전달한다. 보건복지부는 정보를 텍스트로도 전달한다.

기술력이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정부 안에서 한쪽은 하고, 한쪽은 하지 않고 있다. 이건 인식의 차이다. “이 정보를 누가, 어떻게 접근하는가"를 설계 단계에서 고려했느냐의 차이.


5. 카드뉴스라는 형식에 대해

이번에 청와대 사이트를 점검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 것이 있다.

카드뉴스는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공유하기 쉽고, 핵심을 빠르게 전달한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가장 잘 먹히는 형식이다. 하지만 접근성 관점에서 보면 가장 주의가 필요한 형식이기도 하다.

핵심 정보가 이미지 안에 갇히기 때문이다. 텍스트처럼 보이지만 기계는 이미지로 인식한다. “눈으로 보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인식이 작동하면서 대체 텍스트는 빠지기 쉽고, 저시력 사용자가 화면을 확대해도 이미지 속 글씨는 커지지 않는다.

그런데 해결은 어렵지 않다. 이미지 아래에 같은 내용을 텍스트로 함께 제공하면 된다. 각 이미지에 내용을 담은 alt 텍스트로 제공하거나 ir 기법 등을 통해 내용을 제공하면 된다. 첨부파일이 있다면 접근 가능한 형식으로 제공하면 된다. 디자인을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같은 정보를 한 가지 방식으로만 전달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6.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디지털포용법은 국가기관의 디지털 서비스 접근성 보장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는 걸 안다. 하지만,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주체인 국가기관이 자체 웹사이트에서조차 접근성을 지키지 않는다면 민간에게 접근성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묻게 된다.

카드뉴스에 텍스트 대안을 제공하는 것은 고급 기술이 아니다. HTML에 alt 속성 하나 추가하는 데 큰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하고 있다. 같은 정부 안에서 이미 실천되고 있는 방식을, 청와대를 포함한 다른 기관으로 확산하는 것. 그게 법 시행 첫 해에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이 아닐까.


마무리

설 연휴에 가족을 만나러 교통편을 알아보고, 비상시 연락할 병원을 확인하고, 정부의 민생 대책을 살펴보는 일. 이 모든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

디지털포용법이 약속한 세상은 모든 국민이 디지털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다. 법 시행 첫 해, 첫 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시작이 있어야 변화도 있다.

이 글이 그 시작점에 대한 기록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다음 설에는 다른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를.


참고 자료